일 할 땐 가장 만만한 점심식사가 돈가스였다. 고기를 튀겨 치즈를 올리기도 하고 매콤한 소스를 찍어먹기도 하면 돈가스가 다 똑같은 돈가스가 아니게 된다. 게다가 이 식당 저 식당에서 먹어보면 저절로 비교가 돼서 내가 더 좋아하는 조합을 찾기 마련이다. 그렇게 돈가스 세월 6년 차다. 물론 매일 먹은 건 아니지만 정말 많은 곳을 먹어봤다. 그래서 왕돈가스라는 말에는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데 이렇게 쉬는 김에 한번 찾아가 보자 싶어 출발했다.
아! 참고로 수제돈가스는 첫 시도에는 실패했어고 두 번째 만에 맛을 볼 수 있었다. 첫 방문에는 오전 11시 30분 오픈이라 그때 맞춰서 갔더니 이미 대기자가 조금 있어서.. 1시 30분~2시쯤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었다. 그 후 오기가 생겼던 건지 이번에는 아주 일찍 가보자 싶어서 10시 30분에 갔더니 한 팀도 없어 괜스레 민망한 마음에 차에서 조금 대기를 하니 11시쯤부터 손님들이 스멀스멀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가 두 번째였다. 그러니 첫 타임으로 먹고 싶은 분들은 꼭! 10시 50분~11시쯤 도착해서 기다리는 게 좋다. 그래도 3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허허;;
│위치 & 운영시간
위치 - 충청북도 제천시 남산로 5길 13
운영시간 11:30 ~ 15:30 (라스트 오더 14:00)
휴무일은 네이버 소식 참고 - 그때그때 공지로 올라오는 거 같다.
│진짜 왕왕!! 돈가스
지금이야 많은 분들이 찾아오지만 처음 개업했을 당시에 어떻게 사람들이 찾아왔을까 싶을 정도로 외벽이 멋지지도 않고 가게가 으리으리하지도 않다. 심지어 위치도 동네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간판에 쓰여있듯이 2017년 3월에 첫 시작을 하셨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벌써 7년 차를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도 계신 것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곳은 점심 장사만 딱 4시간만 운영하신다.
메뉴가 많지도 않게 딱 4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왕돈가스와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보통 돈가스 집에는 쫄면이 있던데 이곳은 조금 다르게 냉면(물/비빔)이 준비되어 있는 게 신기했다.
왕돈가스 - 15,000원
비빔냉면 - 8,000원
내부에는 대략 4일 테이블 2개와 2인 테이블 2개가 있고 필요에 따라 붙일 수 있다. 생각보다 테이블 수가 적고 그렇기에 오픈하고 바로 대기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오픈 주방에서 사장님이 주방 전체를 관리하시는데 흠.. 뭐랄까 영화에서 보던 일본의 한 동네 식당이 떠올랐다.
100% 국내산 생등심을 사용하시며 황기를 오랜 시간 달여 만든 육수로 수제 소스를 만든다고 하신다. 왕돈가스라고 2인에 1개는 아니고 1인 1 메뉴 필수!(단, 12세 이하 아동은 제외) 왕 돈가스인 만큼 돈가스가 남을 수 있으니 포장해 갈 수 있게 카운터에 포장용기가 준비되어 있으니 셀프로 포장해 가면 된다.
홀에서 주문을 받고 잠시 뒤 나온 양배추 샐러드. 첫 시작부터 양이 무지 많다. 양배추와 채 선비트 그리고 파슬리까지 솔솔 뿌려진 양배추 샐러드와 따끈한 마늘식빵까지 나오니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세심한 코스요리 같은 느낌을 받았다. 30분을 밖에서 기다리니 얼마나 배고팠던지 양배추 샐러드와 마늘빵을 반절정도 먹고 나니 메인인 왕 돈가스가 나왔다. 들고 오실 때부터 놀랐고 실제 테이블에 놓이니 더 왕왕!! 돈가스였다. 아~ 이래서 양배추 샐러드를 따로 주신 거구나.
잠시 뒤 나온 비빔냉면. 냉면 위에 비빔 양념과 살얼음 육수, 삶은 달걀 반쪽, 쌈무와 비트. 역시 돈가스에는 매콤함이 있어야 한다. 돈가스 한 조각에 비빔냉면을 돌돌 싸서 먹으면 굿!
돈가스는 서양식?! 칼로 자르다가는 세월아~ 네월아~ 다. 집게로 잡고 가위로 툭툭 빠르게 잘라먹어야 한다. 왕돈가스는 돼지고기를 얇게 펴서 만들어 고기가 엄청 얇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기가 꽤 두꺼웠다. 심지어 일반 돈가스도 튀김옷이 더 두꺼운 곳도 많은데 이곳은 적당한 튀김옷에 고기 두께도 두껍다. 소스도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부드러운 단맛이라 고기에 듬뿍 찍어먹으면 부담스럽지 않고 부드럽고 소스 맛이 가득 베인 또 다른 돈가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돈가스와 냉면도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 그 순간 갑자기 된장찌개와 공깃밥이 나왔다. 미리 다른 후기를 조금 많이 보고 갔더라면 덜 당황했을 텐데 사전 준비가 조금 미흡했던 우리는 '어?! 우리가 시킨 게 아닌데 뭐지?'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이것도 기본 서비스! 진~한 된장찌개는 조금 짜게도 느껴지는데 밥과 같이 먹으면 뚝딱이다! 돈가스 없이 이 된장찌개와 밥만 있었으면 두 그릇은 금방 먹을 거 같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볶음김치와도 잘 어울린다. 돈가스에 비해 자극적인 된장찌개는 밥에 비벼 돈가스를 올려먹으니 또 다른 맛이다.
중국집으로 따지자면 첫 시작은 샐러드, 메인으로 돈가스, 마지막 식사로 된장찌개나 나온 격이다.
된장찌개와 비빔국수는 포장이 번거로우니 우선 먼저 먹고 남은 돈가스는 거의 1.5인분이나 되었다. 먹다가 소스도 부족해서 추가했는데 다시 포장 용기에 옮겨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아! 진짜 마지막으로 수정과도 주신다.
이렇게 식사를 마무리는 하고 나면 거의 25분~ 30분이 걸린다. 식사 중에도 계속 손님들은 대기자 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 주문서를 작성해 둔다. 우리가 나갈 때쯤에는 1시 30분까지 대기가 되어있었다.
가게를 나서며 배 두둑이 한 끼를 먹고 나왔는데 돈가스를 선물로 받은 기분이 들어 저녁 메뉴 고민까지 사라졌다.
왕돈가스가 그냥 크기만 엄청 크고 고기는 얇고 튀김옷은 두껍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 속이 너무 알차고 맛도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왕돈가스다. 흠.. 테이블 수가 더 많아서 대기 시간이 좀 짧았으면 하는 소비자의 마음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장님의 마음도 있겠지 싶은 약간의 시간적 아쉬움이 남았지만 음식만으로 놓고 보자면 다시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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