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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일기/집밥

[장 담그기] 2025년 장 담그는날

by 똘똘한얌체 202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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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음력 3월 3일)

아침에 사촌언니에게 '장 담그러 올래?'라는 문자를 받았다. 평소에도 고추장, 된장 담그는 거나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새로운 걸 배울 생각에 애들 학교를 보내고 놀러 가기로 했다. 

 

정말 오랜만에 가는 이모네 집. 간단하게 차 한잔을 하고 장 담그기를 시작했다.

 

올해(2025년) 장 담그기의 특이사항은 그동안 해온것과는 달리 지푸라기에 숙성기간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돗물은 약품 냄새가 날 수 있어 장 담그는 물은 지하수를 사용해야 한다.* 

 

│소금물 만들기 

 

* 소금물은 불순물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으므로 되도록이면 장 담그는 날 전날에 준비해 두는것이 좋다. 못해도 4시간 이상은 미리 소금물을 만들어 불순물을 가라앉힌다.*

 

1. 소금물은 메주와 물의 비율을 기준으로 소금을 첨가했다. 메주:물 = 1:3으로 준비된 메주가 8.8kg이므로 약 9kg이라고 하고 물을 27L 준비했다.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킨 메주

 

2. 메주 비율에 맞게 물을 준비했다면 소금을 넣어주면 되는데 물 27L에 소금 4kg을 넣으니 달걀이 500원짜리 크기로 알맞게 떠올랐다. 

 

* 소금물이 싱거우면 장이 부패하기 쉬우므로 확실하게 달걀이 500원짜리 크기로 떠오를때까지 넣어주는 것이 좋다. 

첫번째 소금
아직 100원크기만큼 떠오른 달걀

 

3. 소금물이 완성되면 소금의 불순물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깨끗한 뚜껑을 덮어준다.

추가로 더 넣으니 500원짜리 크기로 떠오른 달걀

 

│ 메주 씻어 말리기

 

1. 양파망에서 발효가 잘 된 메주를 먼지를 털어낸다는 생각으로 물에 살살 씻어준다.

*곰팡이가 났다고 박박 문지르지 말 것!*

 

2. 잘 씻은 메주를 햇볕에 말려주고 중간에 한 번씩 돌려준다. (약 3~4시간 정도)

잘 씻은 메주 말리는 중

 

│ 항아리 씻기

 

1.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준다.(세제 X)

 

- 스텐이 항아리에 닿으면 항아리가 상 할 수 있으므로 조심히 애기 다루듯 씻어준다.

- 수세미도 되도록이면 부드러운 걸 사용한다.

 

2. 깨끗한 행주로 내부를 닦아주고 햇볕에 말려준다.
 

항아리 씻기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리는 중

 

│ 장 담그기

 

1. 불순물이 가라앉은 소금물을 면포에 한 번 더 걸러준다.

 

소금물 면보에 거르기

 

2. 잘 마른 항아리에 메주를 차곡차곡 올리고 불순물을 제거한 소금물을 부어준다.

 

3.  숯은 불에 달구고 건고추는 먼지를 털어낸 뒤 메주와 소금물을 넣은 항아리에 넣어준다. 

숯 달구기 & 건고추 닦아주기
소금물 위에 건고추와 달군 숯 올리기

 

장을 담글 때 숯과 고추를 넣는 이유

숯을 넣는 이유
숯은 정화작용으로 유해균과 불순물을 흡착해 된장이 깔끔하게 발효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발효 중 발생하는 잡내를 줄여준다. 습기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기능도 있어 발효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고추를 넣는 이유
고추에 포함된 캡사인 성분은항균 작용이 있어 된장이 상하는 것을 막아주고 강한 향의 매운맛은 벌레나 해충이 접근하지 못하게 도와준다. 

 

4. 항아리 뚜껑을 닫아 마무리를 한다. 

 

30일~40일 후에 된장과 간장을 나누는 장 가르는 날 다시 보게 될 항아리.

장 담그기 마지막 단계

 

따뜻한 봄 햇살이 고개를 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장 담그는 날'. 직접 담가본적은 없지만 가을에 메주콩을 사와 추운 겨울 큰 냄비에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던 할머니. 그리고 뜨끈뜨끈한 방에 퍼지던 메주냄새는 내 어릴적 기억이다. 추억이라 하기엔 먼 단어지만 어렴풋이 내 마음 한 곳에 자리를 하고 있었는지 봄이되면 그 때 생각이 난다. 

 

이번에 처음 담궈본 장은 앞으로 매년 이맘때 할머니가 그랬듯이 작은 항아리에 된장을 담아봐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간단하지만 그 속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 담근 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달라지면서 짠맛이 부드러워지고 구수한 향이 퍼지기 시작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정성과 시간이 드는 음식에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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