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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일기/볼거리

[경주] 걸어서 경주 속으로 - 1

by 똘똘한얌체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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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두 번째 여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학생 때는 첨성대든 천마총이든 불국사든 설렁설렁 걸어 다니며 그저 숙소에 들어가 쉬던지 나무 그늘에 앉아 쉴 시간만 기다렸다.

그렇게 십여 년이 흐른 지금 뜬금없이 다시 한번 경주에 방문하고 싶어졌다.

일주일 전부터 1박 2일 동안의 여행코스를 둘러보았고 먹을만한 식당, 지역 특산물?!, 볼거리, 숙소 등 우리 동선에 맞는지, 아이들이 힘들진 않을지 고민고민 끝에 욕심부리지 말고 즐기며 여행하기는 것을 이번 목표이자 마음가짐으로 다짐했다.

 

|석빙고-첨성대-황리단길-천마총까지


도착도 하기 전에 주차장 진입부터가 엄청난 차량들과 그 차량에 비해 주차 정리를 해 주시는 분이 너-무 없다. 다행히 늦게 도착하진 않을까 싶어 싸 온 김밥을 차 안에서 점심으로 때우며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여전히 주차할 곳은 없었고 그냥 걷더라도 넓은 주차 자리를 찾아 주변을 배회하던 중 첨성대에서 아주 조금 떨어진 동궁과 월지에 주차하기로 했다. 이곳은 차량도 많지 않아 바로 들어올 수 있었고 여유롭여서 주차하게 편했다. (조금 걸어도 편하게 주차할 사람들에겐 동궁과 월지를 추천한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해자와 얼음창고인 석빙고

아주 조금만 걸으면 바로 월성으로 갈 수 있는데 월성은 신라시대 궁궐이 있었던 곳 지형이 초승달모양으로 되어있어 '월성' 또는 '신월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현재 뒤편으로는 월성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데 조사가 끝나면 근사한 역사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조선시대 얼음창고인 석빙고이다. 올라와보니 여름에도 꽤 시원할 거 같은데 그래서 이곳에 얼음을 둘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성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남천이 흘러 자연적인 방어시설이 되었고 동쪽과 북쪽, 서쪽으로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넓은 도랑인 해자(垓子)가 있다. 지금은 쉽게 건널 수 있을 거 같은데 저 해자가 어떤 방식으로 적들의 침입을 막았을지 궁금하다. 
 
월성의 성벽을 따라 걸으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모습이 마치 궁에서 바라보는 왕이 된듯하다. 저 멀리 사람들이 많은 곳은 인기 많은 첨성대이고 그 옆으로 핑크뮬리와 해바라기가 가득 심어져 있는 정원도 있다. 그러고 보면 경주시 자체에서 경주 땅에 담긴 역사를 후손들에게도 잘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느껴진다.  

첨성대와 십원빵

'경주에 왔으면 첨성대는 찍고 가야지~'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다.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해 사진을 찍었는데 첨성대 주변에 심겨 있는 나무들이 가진 꽃향기까지 나니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삼국유사, 삼국사기의 부분들이 책의 한 장면처럼 상상이 든다.
 
그리고 요즘? 경주빵, 찰보리빵 다음으로 유명한 십원빵을 먹으러 왔다. 정말 곳곳에 십원빵 파는 곳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처음 시작한 원조가 있겠지만 우린 그게 그거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냥 눈에 보이는 가장 한가해 보였던 십원빵집에 가서 오후 간식을 먹기로 했다. 
 
십원빵 1개 3,000원.(가게마다 가격 차이는 있음)
 
주문 후 10분 정도 기다리니 따끈따끈하게 나온 십원빵!

황리단길.

붕어빵 후~ 후~ 불어먹어야 맛있듯 십원빵도 따뜻할 때 야금야금 먹어야 치즈가 쭉~ 늘어나는 재미를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맛은 보통만 가면 되고 이런 재미있는 먹거리가 더 맛있게 느껴지나 보다. 빵에는 메밀 아니면 보리가 들어간 거 같이 약간 누르스름하게 생겼다. 오래 줄 서지 않고 먹어서 더 만족할 수 있었다. 
 
이제 다음코스인 천마총으로 출발. 황리단길 구경도 하면서 걸어가는데 경주 관광명소들은 대부분이 한옥스타일로 되어있는 걸 알았다. 아! 아니 꽤 멀리 떨어진 주유소도 지붕은 기와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관광명소 외의 가게들도 옛스러운 느낌의 건물들이 많았던 거 같다. 
 

약과 아이스크림

약과가 보이면 하나라도 꼭 먹어보고 싶어서 들리는데 경주에서 발견한 약과방은 약과 4종류(쌀조청, 감태, 유자, 흑임자)와 약과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었다. 너무 배불로서 약과 아이스크림은 못 먹고 기본 약과 4개만 구입했다.

 

4구 믹스 9,000원.

천마총.

드디어 아이들이 원하는 천마총에 왔다. 어른들이 걷기에는 긴 거리가 아니지만 아이들은 사람들 사이사이를 틈타 걸어온 거리라 힘들었을 텐데도 잘 따라와 주었다. '이곳에 아주아주 옛날 사람이 묻혀있다.' 라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해 준 덕분이다. 

 

천마총은 삼국시대 신라 시기에 돌무지덧널무덤으로 신라 회화를 대표하는 천마 그림이 출토된 무덤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 즉 그 무덤에서 어떤 유물이 나왔느냐가 무덤의 이름을 결정한다. 또 다른 금관총은 고분에 처음으로 금관이 출토되어 금관총이다. 

 

학생 때는 뭐~ 금으로 만들어진 관이네~, 이런 게 있었나 보네였는데 다시 가서 보니 어떻게 그 시대 사람들이 금을 손질해서 얇게 피고 정교하게 작업을 했는지 이래서 국보구나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이들도 금으로 관과 모자, 장식품 등을 만드는 영상을 보더니 너무 재미있어하고 더 호기심을 갖는 듯했다. 

경주 기념품 가게

경주 여행 첫째 날 마지막코스. 경주 기념품 구매하기! 예전에는 기념품에 대해 전혀 사지 않았는데 남는 건 사진이고 기념품뿐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어서 그 후로 고르고 골라 하나 정도 나오는 편이다. 각 도시마다 특색 있는 물건들은 그날의 추억 속에 오래 남는다. 이번에는 첨성대가 그려진 마그네틱 하나를 구매했다. 

 

그렇게 오늘의 구경은 끝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는 못 보았던 것들을 다시 눈에 담았다. 첨성대 초콜릿, 황남 옥수수 아이스크림, 골목골목에 있는 가게들 첨성대 - 황리단길 - 천마총까지 걸어서 다니기에 딱 좋고 구경거리며 먹거리도 넘쳐난다. 

줄이 끊기지 않는 황남 옥수수. 

이번 나만의 여행 중 핵심은 아이들이 너무 지치지 않도록 힘들다고 할 때 곳곳에 작은 피겨 가게나 옛날 문구점에 들러 들어가면 언제 다리가 아팠냐는 듯 구경에 빠진다. 그때 기분도 낼 겸 장난감 하나씩(1500원 정도) 들고 다니면 다시 쌩쌩해지니 나름 아이들도 잘 달래 가며 돌아다닌 경주 여행이 되었다. 

첨성대 핑크 뮬리. 

추억의 장난감은 릉 앞에 넓은 잔디밭에서 윙윙 둘이 날려가며 놀았고 연날리기도 넓은 곳에서 높이높이 날리는데 거의 100개 이상이 하늘에 둥둥 떠있는데 멀리서 보면 새떼 같기도 한 것이 신기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은 핑크뮬리에 해바라기까지 역사 안에서 놀고 같이 숨 쉴 수 있는 멋진 도시 경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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